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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먹는 인증…계량기 1대 팔때 `검`字 수수료 2천원씩 |
한국인증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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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3-07-18 15:39: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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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증 덫에 걸린 中企 ◆ -상
돈먹는 인증…계량기 1대 팔때 `검`字 수수료 2천원씩
혁신제품 개발했는데 인증지연으로 중국업체가 먼저 제품내놔 `시장 뺏겨`
녹색인증제, 11개 기관이 `시어머니 역할`…법정 의무인증 美·中 8개…한국은 38개
주방용 조리기구를 제조하는 이 모 대표(55)는 지난 1월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인증을 준비하면서 황당했다. 전기용품안전인증(KC)을 받으려 했는데 2012년 7월부터 KC인증에 들어 있던 전자파 부문이 별도 인증으로 분리됐기 때문이다.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는 데 받아야 할 인증이 6개월 만에 하나 더 늘어난 셈이다.
환경 관련 인증에는 이름만 다른 인증이 널려 있다. 환경표지, 탄소성적 표지, ISO 14001, 우수그린비즈, GR(good recycled) 인증, 녹색인증제도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녹색인증제도는 녹색기술인증, 녹색제품인증, 녹색사업인증, 녹색전문기업확인 등 4개로 나뉘어 있고 7개 정부 부처와 11개 평가기관이 `시어머니` 노릇을 하고 있다.
각종 램프를 생산하는 경기도 S전기에서 인증 업무를 담당하는 김 모 과장(40). 그는 지난해 11월 에너지관리공단의 `고효율 에너지기자재 인증`을 신청하면서 불과 몇 달 전에 받은 `KS(산업표준)인증`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김 과장은 "사실상 같은 평가항목임에도 서로 다른 인증을 부여하고 있는 중복 인증 문제는 기업에 시간과 비용을 모두 잃게 하는 요인"이라고 했다. 인증기준이 선진국보다 훨씬 높아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반(反)글로벌스탠더드`도 여전하다. 접합유리는 선진국에서 안전성이 높게 평가돼 보급률이 40~50%나 된다. 하지만 국내 보급률은 2% 안팎에 불과하다. 이유는 국내 기준과 국제 기준이 따로 놀기 때문이다.
현재 KS 접합유리 인증을 받기 위해선 제조공장과 제품성능에 대한 심사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공장 심사기준에 `오토클레이브(화학반응에 쓰이는 내열ㆍ내압의 원통형 기구)`라는 고가의 설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한 접합유리 제조업체 대표는 "인증기준으로 오토클레이브 설비를 요구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한국뿐"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오토클레이브는 대당 가격이 10억원에 달해 중소기업에 큰 부담이 된다"고 토로했다.
목재와 플라스틱의 중간적 물성을 나타내는 `합성목재`의 KS규격도 비슷하다. 정부는 지난해 법을 개정해 합성목재의 KS인증을 위한 수분 흡수율 시험방법을 `섭씨 100도에서 5시간 동안 담근 후 무게 변화가 8% 이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ㆍ일본 등 선진국 시험기준은 이보다 훨씬 유연하다.
합성목재 제조업체 관계자는 "KS규격대로 하면 오히려 국내 제품의 원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국제규격과 동일한 수준의 시험방법으로 손질해야 한다"고 했다.
전자식 계량기를 제조하는 B사는 높은 인증 비용을 실감하고 있다. 계량기 한 개 단가는 2만~2만5000원 수준. 그런데 이 계량기를 시장에 팔려면 `검`자가 찍힌 검정마크를 달아야 한다. 품질과 안전에 대한 인증을 모두 받은 후 계량기마다 일일이 하나씩 붙여야 하는 딱지다. 이 마크 하나 값은 1000~2000원. 제품 단가의 5~10%가량이 인증 비용으로 나가는 셈이다.
B사 관계자는 "딱지 하나만 보면 비용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수십만 개쯤 되면 중소기업엔 상당한 비용이 된다"며 "지난해에는 한 달에 2만여 개의 계량기를 공급하면서 한 달 동안 인증비용으로 5000만원을 냈는데, 연간 기준으로는 5억원에 가깝다"고 했다. 이는 B사가 지난해 3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영업손실을 내는 한 원인이 됐다.그는 "2000만원에 가까운 돈을 들여 전체적으로 품질 인증과 안전 인증을 받았으면 됐지 제품 하나씩 출시할 때마다 또 검정마크를 붙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대한상의가 2010년 국내 400개 중소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 한 곳당 인증의 취득ㆍ유지를 위해 매년 3230만원씩 부담하고, 제품인증 준비부터 취득까지 평균 6개월(180일)가량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중소기업들은 평균 14.9개의 제품인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보유하고 있는 전체 인증 중 약 23%(3.4개)의 인증에 대해서는 검사항목이 중복적이며 그 내용이 서로 유사해 인증 간 통폐합 등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획취재팀 = 민석기 기자(팀장) / 홍종성 기자 / 전정홍 기자] - 매일경제 2013.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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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modified : 1970-01-01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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